1993년 창립…23년 역사

회원가정 순회하며 법회

‘가정불교’ ‘생활불교’ 지향

 

다양한 교육 상조 봉사활동

실천하며 ‘이웃사촌’ 귀감

“자아실현 욕구 충족이 비결”

  
부처님오신날이었던 지난 14일 법안정사 부부불자회가 연등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아래는 회원 가정을 순회하며 여는 가정법회 모습.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이혼율 3위라는 현실은 씁쓸하다. 그래도 한때는 100년을 함께 하겠다 맹세했던 사이다. 하심(下心)과 자비의 부처님 가르침대로만 살 수 있다면 그렇게 돌아서고 갈라서지는 않을 텐데…,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발견했다. 서울 법안정사 부부불자회. 1993년 창립돼 23년 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회원은 160여 쌍. 전국 유일의 부부불자회로 보인다. 여느 단체들처럼 포털사이트의 카페가 아닌 자체 홈페이지(www.buban.org)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이 시선을 잡았다. 그만큼 조직이 탄탄하고 사람들 사이의 정은 살갑다.

법안정사는 한불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목동 파리공원에 위치했다. 신도들은 목동신도시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주류다. 부부불자회는 말 그대로 부부들로만 구성된 별도의 신도조직이다. 1993년 3월6일 일요법회에 참석하던 불자 부부 10쌍이 의기투합했다. 창립멤버이자 21기 회장을 지낸 유선재 씨(62, 법명 일천))의 이야기다. “40~50대 자영업자부터 대기업 간부까지 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남성들과 부인들이 서로 마음이 맞으면서 모이게 됐어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 이런저런 정보들을 공유하며 친해지고 만남도 잦아지게 된 거죠.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친목을 다지면서 우리 그냥 이렇게 모이고 끝날 게 아니라 부부불교운동이란 걸 해보자, 특색 있는 신행문화를 만들어보자 뜻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부부불자회의 슬로건은 ‘가정불교 생활불교.’ 창립 초기엔 정기법회를 열고 회원 배가운동을 펼치면서 서서히 몸집을 불렸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 오후6시40분 법안정사 큰법당에서 회원 전원이 참석하는 정기법회를 개최한다.

무엇보다 부부불자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원동력은 ‘가정법회’다. 사찰 법당이 아니라 신도의 가정에서 여는 법회다. 10개의 지부가 각 지부별로 가정을 순회하며 기도를 하고 경전을 읽고 찬불가를 배우고 회원 가정의 건강을 빌어준다.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돼버린 반상회의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법회의 정다움은 동네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을 걸치며 정담을 나누는 뒷풀이로 이어진다. 남편인 유선재 씨와 함께 부부불자회에 몸담고 있는 이옥희(55, 법명 법화행)씨는 “엘리베이터에서 앞집 사람과 마주쳐도 눈인사 한번 하지 않는 각박한 세태라지만 불교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이웃사촌의 의미가 무엇인지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불자회의 최대 강점은 조직화다. 목동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강서구 구로구 영등포구 등 주소지별로 분류한 10개 지부 법회, 법사를 초청하는 등 매월 정기법회를 주관하는 교육분과, 서울노인복지센터와 전방 1사단 등 복지관과 군부대 등을 방문해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분과, 매월 전국의 기도도량을 참배하는 산행법회, 회원들이 상을 당하면 장례를 돕고 염불봉사를 실천하는 상조분과, 소식지 발간과 홈페이지 관리를 담당하는 홍보분과 등 6개 분과위원회가 튼튼하게 갖춰졌다. 불자회에 소속만 되어도 삶의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격이다. 함께 신행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가족이 되는 구조다. 불자회의 운영은 여느 신도회들처럼 회장이 아닌 분과위원회 중심이다. 예산도 분과별로 걷어서 독립적으로 집행한다. 책임의식을 강화한 불자회의 조직력은 1990년대 후반 법안정사가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용우(56, 법명 혜정) 현 23기 회장은 부부불자회가 원만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이유로 입지조건과 삶의 질 충족을 꼽는다. △목동아파트 밀집 도심과 주변 확대로 지역적 위치를 효과적으로 잘 운영한 점 △신행과 친목을 병행해 중장년층의 사회적, 자아실현 욕구를 뒷받침하는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한 점 △부부불자들의 특성 모임에 맞는 적정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해 온 점이 주효했다는 시각이다.

김용우 회장은 “앞으로도 부처님의 가르침 아래서 부부가 얼마나 희귀하고 소중한 인연인지를 우리 사회에 일깨우는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204호/2016년5월28일자]